[들을 짓는 사람+들] 수라갯벌이 가르쳐준 것

2026-07-10
조회수 190

군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바람의 오이입니다. 들의 회원이고요.


평화바람은 평화가 깨지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군산미군기지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응하고, 새만금신공항 사업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수라갯벌을 보존하는 활동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는 새를 앞세워 싸우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의 큰뒷부리도요입니다.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봄 뉴질랜드를 출발해서 수라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서해안)에 잠시 들렀다가 알래스카로 날아가 번식을 하고, 가을에 다시 뉴질랜드로 날아가 월동하며 살아가는 새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수라갯벌까지 10,000km, 수라갯벌에서 알래스카까지 7,000km,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한번에 14,000km. 엄청난 거리를 비행합니다. 큰뒷부리도요는 장거리 비행 전 먹이활동을 하면서 체중의 55%를 지방으로 채우고 위와 간, 콩팥 등 소화기관을 축소시켜 무게를 줄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날아오른 후 9-10일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날아 수라갯벌에 도착하합니다. 몸무게의 40%나 줄어든채로요. 기진맥진하겠지요. 그 아득한 비행을 하는 중에 바다로 떨어진 새들도 있을 겁니다. 이들에게 수라갯벌은 알래스카로 날아가기 전 휴식과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입니다. 4월에 날아든 수라갯벌에서 6주 동안 힘을 채우고, 알래스카로 떠납니다. 6-7월 번식을 하고 가을이 오면 한 번도 쉬지 않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까지 날아갑니다. 전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새.


81e21c7f8d44f.png
*사진출처: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큰뒷부리도요가 날아드는 수라갯벌은 30년도 넘게 새만금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 만경강 하구에 마지막 남은 원형갯벌입니다. 2006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막힌 이후 이곳에 날아들었던 도요물떼새의 80~90%가 사라졌고, 큰뒷부리도요는 94%가 사라졌습니다. 어마어마한 학살이지요. 뉴질랜드-수라갯벌-알래스카에서 살아가는 큰뒷부리도요는 지구의 모든 곳이 제대로 보전되어야만 생의 순환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곳에 새만금신공항을 지으려고 합니다. 바로 옆은 군산미군기지로 새만금신공항이 지어지면 이곳은 미군기지의 전투기가 나는 전쟁기지가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우리는 2022년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시작했고, 2024년 겨울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025년 1심 재판부는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토부와 서울지방환경청, 전북도는 법률대인인을 한층 강화해 항소를 했고, 현재 2심이 진행중입니다. 2심 재판부도 조류충돌위험성은 무엇보다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우리편(?)이 아니라 여기지만 재판의 결과에 기대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매 재판에 힘써서 사람들을 조직해 방청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라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서명<https://campaigns.do/campaigns/1872>도 벌이고 있습니다.


수년 전에 새만금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싸움이 시작되고, 군산미군기지 철조망을 따라 답사를 했을 때 만난 수라갯벌은 참 놀라웠습니다. 이제 더 이상 풍요로운 생명의 갯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수라갯벌에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생명들과 그 생명력이 생생하게 느껴졌거든요. 퉁퉁마디, 나문재, 해홍나물 등 수많은 염생식물들과 억새, 강아지풀, 띠, 갈대, 소나무, 버드나무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굉음을 내며 전투기가 날아도, 30년이 넘게 바다와 강을 파헤치는 개발 앞에서도 그곳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싹을 틔우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생명의 의지랄까, 생에 대한 태도(?)가 말할 수 없이 귀하게 느껴졌고, 우리의 싸움이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과 개발에 맞서 풀에게 배우며, 풀과 연대하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의 풀들처럼 태어난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고 싶습니다.


올해 평화바람은 군산미군기지가 있는 동네, 옥봉에 옥봉생태평화센터 새사람을 짓고 있습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큰 창을 냈고, 창 너머로 벚나무 가로수가 있고, 누군가는 바다냐고 묻는 넓은 옥구저수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이면 다 지어질텐데 들에서도 꼭 들러주세요.


*글쓴이 | 오이(활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