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짓는 사람+들] “어린이 돌봄에 사각지대가 있는거 같고, 거기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고 느껴요.”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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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에 자리잡은 <산들바람 공부방>이 올해로 10살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공부방이 있냐구요? 네. ‘들’을 일굴 때부터 의쌰의쌰~ 기운을 나누고 힘을 모았던 활동회원에서 지금은 후원인이 된 ‘미나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빈곤지역의 주민운동 및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공부방은 2004년 법제화의 바람을 타고 대부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되었습니다. 법제화가 된다는 건 정부에서 일정정도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책임진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정부가 정하는 자격요건 및 기준과 안내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나리는 어린이, 청소년과 더 ‘잘’ 만나기 위해 공부방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묘랑: 올 초부터 들 후원통장에 ‘산들바람’이 찍혀서 반가우면서, 왜 ‘산들바람’으로 보냈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미나리: 오랫동안 연대해온 곳이 있는데 얼마 전부터 여기에 회비를 안 쓰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만큼을 지지하는 단체에 후원하면 좋겠더라구요. ‘들’이랑 우리 지역단체 한 곳에 적으나마 마음을 나누는 차원으로 시작했어요. 공부방은 주로 안에서 복닥거리며 지내고 바깥 활동은 거의 안 하지만, 필요한 데 참여하고 힘도 보태고 싶답니다. 그리고 ‘들’을 응원하는 일이 또 어린이·청소년을, 그리고 우리를 응원하는 일이라 생각하니까요.


묘랑: 감동적이면서 묵직하게 다가오는 말인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 좀 들려주세요.


미나리: 그냥 이렇게 공부방에서 아이들 만나며 살아요. 요즘은 사람들도 잘 안 만나서…. 그런데 요즘뿐 아니라 사실 공부방 활동을 하다 보면 일 아니고는 바깥 사람들을 잘 못 만나요. 어린이·청소년들이 와 있는 낮부터 늦은 저녁까지 공부방에서 계속 같이 있으니까요. 늘 여기 이렇게 있어요. 사는 게 많이 다르죠?


아이들과의 만남, 그 자체에 더 힘과 시간을 쓰고 싶어요


묘랑: 요즘 ‘공부방’이라고 하면 아직도 공부방이 있어?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공부방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진 거 같은데 계속 이 형태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있나요?


미나리: 예전에 일하던 공부방에서도 그렇고, 여기 시작할 때나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인데,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아이들을 잘 만나고 싶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죠.


202205_들을짓는산들바람


묘랑: 잘 만나고 싶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게 지역아동센터에 가면은 달라진다고 느끼고 있는 거예요?


미나리: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본질적인 것들을 중심에 놓고 그런 것들에 힘을 쓰고 싶어요. 아이들 만나는 내용이나 그 자체에 더 힘과 시간을 쓰고 싶은데, 지원을 받으면 그러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조건을 따르고 요구받는 것들에 응하다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나 방향과 다르게 가야 하는 경우도 크든 작든 충분히 생길 수 있고요. 본질적이지 않은 일들에 덜 구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만나고 싶은 거지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하면 후원인들이 많이 없어질 수 있잖아요. 지원받는 단체를 굳이 후원하지 않으실 수 있는데,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이 후원 활동을 통해 어린이·청소년들과 공부방 활동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 참여하시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힘이 되고요.

어떤 방식이든 장단이 있고, 더 필요하거나 가능한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이렇게 선택해서 가고 있어요.


묘랑: 미나리가 가장 마음과 힘을 쏟고 싶은 곳, 알 것 같으면서도 더 궁금해지네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 같아서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미나리: 별 것 없고요. 기본적으로 수업을 통해서 만나면서 생활도 챙기고, 같이 잘 어울려지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수업 등 만남의 매개가 되는 교육활동들에 가장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학교 학습과 좀 다른 공부들을 공부방에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학교도 많이 달라지고, 교육복지 프로그램이나 방과후 활동까지 내용도 훨씬 다양해진 같아요. 저는 산들바람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주로 혼자 꾸려가다 보니 역량이 많이 줄기도 했고요. 지금은 ‘무엇’ 보다 ‘어떻게’에 좀 더 마음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특별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방식이나 분위기, 주고받는 말들, 그리고 생활습관에도 나누고 싶은 가치나 내용들을 담아 풀어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 상황이 좀 더 크게 느껴지고, 적극 개입해 도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돼요. 아이들을 오래 만나오면서 좀 더 깊이 보게 된 면도 있을 것 같지만, 지역에서도 공동체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점점 더 개별화하면서 필요를 더 느끼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친구들에게는 세수하고 양치하는 것, 학교 가는 것까지 챙기기도 해요. 부모님들과 얘기하기도 하지만, 너무 바쁘거나 삶에 지쳐 있는 부모들께 다 맡겨 놓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챙길 수 있을 때까지, 날마다 ‘잘 씻고 나왔는지’ 확인하거나 ‘엄마가 아파서 못 일어나시면 다시 자지 말고, 깼을 때 씻고 옷 갈아입고 가방 메고 학교에 가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해 주는 거지요.


묘랑: 일상 구석구석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산들바람 공부방>을 더 찾게 되는 걸까요?


미나리: 작은 공동체로 좀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으니 그런 것 같아요. 돌봄교실 같은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곳에서 적응이 어렵거나 개별적인 특성이 강한 경우, 학교나 다른 단체들에서 소개해 오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몇 년 전에, 한 초등학교의 교육복지전문가 선생님이 입학식 다음날 1학년 어린이를 연계해 주셨는데, 말이 늦게 트이고 잘 몰라서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 행동 문제들도 있었고 거의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어린이였어요. 나중에 심하지 않은 정도의 지적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는데, 학습적인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정말 하나하나 다 새로 배워야 했지요. 일도 많았고, 그런 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소통하며 배우고 맞춰가기 위해 아이도 교사도 애를 많이 썼어요.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아예 다른 사람처럼 많이 달라졌지요. 학교생활도 즐겁게 잘 하고요.

이렇게 어려운 상태로 여덟 살을 맞이했다는 것도 처음에 놀라웠는데, 또 이렇게 오래지 않아 이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놀라웠어요. 학교와 공부방을 다니며 사회생활도 더 활발히 하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 관계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가 있고, 어린이집도 오래 다녔다지만, 무언가 잘 맞지 않는 채로 성글게 돌보아지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해요. 이 아이가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는 가정의 사정도 있고 해서 오랫동안 집에만 있게 돼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아이뿐 아니라, 생활면에서든 정서적으로든 세심한 관심과 관계가 필요한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일수록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부대끼며 지내야 할 텐데…. 코로나 시기에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어요.


어린이들의 친구이자 놀이터가 되어주는 <산들바람 공부방>


묘랑: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지냈나요?

초기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학교도 새 학기 개학을 미루고 하여, 공부방도 주춤주춤 했어요. 나중에 학년 모둠별로 시간대를 달리해 만났죠. 오랜만에 만난 어린이들에게 코로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더니 어떤 아이는 눈물이 글썽하더라고요.


묘랑: 여기에 못 오는 게 아쉬웠던 걸까요?


미나리: 그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청소년쯤 되면 학교 가지 않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교나 공부방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재밌는 놀이와 활동들을 함께 하고 싶어하죠. 집에 식구들이 같이 있지 않으면 더 그럴 거고요. 학교를 안 나가고 공부방에 오는 동안, 어떤 어린이들은 늦게까지 남아 어울려 실컷 놀다 갔어요. 친구들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편안해 보였죠.

코로나 상황으로 조심스러워 그동안 노래나 음식 만들기, 나들이 수업 등을 못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들살이도 못 갔고요. 이제 다시 천천히 시작하고 있답니다. 산이나 공원에 나가 뛰어놀기도 하고, 같이 밥도 해 먹으면서 활기가 더 생긴 것 같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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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며 부모님 돌봄을 받을 수 있거나 함께 다른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비대면 상황이 별로 아쉽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온라인 기기를 다루는 것도, 화면을 통해 배우는 수업 내용도 많이 어려워해요. 다양한 기초 자원들부터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살아가려면, 이 친구들은 옆에서 눈높이와 수준에 맞춰 돕는 일이 더 필요하지요. 또 사회적으로 힘든 상황일수록 건강한 생활을 위해 서로 연대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필요하고요.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상황에서 고민을 할수록, 공부방과 같은 작고 긴밀한 공동체들이 오히려 더 활발히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묘랑: <산들바람 공부방>의 중요성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산들바람 공부방은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미나리: 대부분 후원이에요. 아이들 가정에서도 회비를 내고요.


묘랑: 어쩐지 미나리가 적극적으로 후원을 모집할 거 같은 느낌은 아닌데요?


미나리: 맞아요. 줄곧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와 공부방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는 건 어렵기도 했고요, 또 이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자발적으로 하셨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직접 권유는 거의 안 하기도 했어요.
산들바람을 시작하면서, 저희 친척들이 제 일에 관심을 가지시면서 후원하고 계시기도 해요. 예전에 같이 활동하던 동료들도 있고, 그밖에 공부방 활동을 응원하는 여러 분들이 후원해 주고 계세요.
후원을 위해 제가 그다지 애쓰는 것이 없는데, 이렇게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요.


묘랑: 그럼 재정 상황이 넉넉할 거 같진 않은데, 미나리 개인의 생활비는 해결이 되는 건가요?


미나리: 공부방 공간 옆에 있는 작은 방 하나를 제 개인 공간으로 써요. 공간을 따로 얻지 않아서 덜 쓰는 부분도 있죠. … 그렇게 10년이 되었네요. 올해 8월이면 만10년이에요.


묘랑: 와~ <산들바람 공부방> 10주년을 축하해요. 자원교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공부방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그렇게 지나오면서 내가 <산들바람 공부방> 하기를 정말 잘했다 싶은 순간을 꼽아본다면?


미나리: 글쎄요. 하기를 잘했다기보다는 … 좋아서 해 온 것은 맞고요. 공부방을 거쳐 간 다른 많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처럼 저도, 서로 어울려 배우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이 곳이 참 좋았고, 지금도 그래요.

그리고 바깥 상황들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아직은 공부방과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어느 정도 잘 갖춰진 제도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존재하는 것 같아서요. 어머니가 이주 배경을 가진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 출생신고가 안 된 채 방치되어 늦게 입학한 어린이, 지적장애가 있거나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개별 돌봄과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부모가 아프거나 여력이 없어 끼니를 챙기고 세심히 돌보는 일이 어려운 아이들 …, 그렇지만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잘 받지 못하는 이런 친구들을 아직 만나게 되고, 우리는 좀더 유연하고 긴밀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오고 싶어 스스로 오고, 공부방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동안은, 이 지역에서 어린이·청소년들과 즐겁게 함께하고 싶어요.



<산들바람 공부방> 비영리 민간단체로 어린이, 청소년 가정의 회비와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합니다. 관심과 후원으로 방학동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과 성장을 응원해 주세요~
▪ 후원계좌 국민은행 426601-01-325543 산들바람공부방
▪ CMS 신청 https://blog.naver.com/anf27 참조



*정리 | 묘랑(상임활동가), 미나리(후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