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기후파업 다녀오기

2023-05-10
조회수 41

난 사실 지금까지 기후위기 운동에 시큰둥한 마음이 있었다. 우선 학생들의 결석 시위가 늘 쉽지 않은 데다가 뭔가 착한 아이 되기 운동 같은 느낌이 내 맘속에 있었다. 그런데 2007년에 태어난 학생들과 본인들이 7살 때 일어난 세월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태어날수록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라면 요즘은 왠지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내가 세월호 사건을 얘기할 때는 4월에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부터 시작한다. 사실 나도 휴직을 해보고서야 4월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학교에서 4월은 대부분 중간고사를 위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원고가 그 계절을 빼앗지 않고 수학여행을 잡았고, 그런데 참사가 일어나 4월은 내게 세월호의 달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머쓱했다. 이상한 기후위기들 때문에 저온으로 비가 오거나 햇볕이 나는 날은 너무 더웠다. 무엇보다도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아파서 교실을 벗어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노란 바람개비를 만드는 수업을 야외에서 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모든 학급에서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직감했다. 정말 기후위기 속에서 살고 있어서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있다는 것을 글씨로만 알겠구나 싶었다. 기후위기를 가장 크게 일상 속에서 느낀 사건이었다.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있는 우돌의 모습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있는 우돌의 모습


하지만 학생들과는 이런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3년을 코로나 속에서 있었던 학생들에게 이미 계절감은 먼 얘기였다. 학생들에게 기후는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미세먼지가 많거나 없거나였다. 이미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세상을 사는 학생들에게 위기를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위기를 위기라고 느낄 감각조차 이미 빼앗겨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하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조퇴했다. 그런데 조퇴를 하러 나가기 직전 나와 페미니즘 토크를 하러 오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잊지 않고 나를 찾아줬다. 그래서, 오늘 내가 왜 조퇴하는지, 페미니즘과 기후위기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얘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학생들과 즉석에서 피켓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기후위기의 문제를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이 왜 문제인지, 미세먼지는 누가 만들고 있는 건지. 그래서 기업 꺼져서라는 말을 쓰며 좋아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든 피켓을 들고 나가니, 너무나 든든했다.


세종에 들어오니 뙤약볕이 내리쬐었다. 하지만, 강아지들과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행동이 좋았다. 격렬하게 경찰과 투쟁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겠지만, 뒤에서는 들과 함께 신나게 구호를 외칠 수 있었다. 그리고 늘 숨어있는 정부 청사에 와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윤석열과 싸워야 하는데 싸워야 하는데 말로만 하다가 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단순히 분리수거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자본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다 같이 한목소리로 외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정말 오늘부터 1일인 느낌이었다.



현수막을 들고 걸어가는 들 상임활동가들의 모습현수막을 들고 걸어가는 들 상임활동가들의 모습


처음에는 세종시가 너무 조용해서 누구에게 알리지?”라고 고민했는데 올라가는 차 안에서 검찰이 전 녹색당 사람이 마약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저들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보람이 있었다.


인권운동을 만나고 좋은 점은 여기서 외치는 내가 있다는 것이 때로는 외롭고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저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 보여도 여기서 내가 외칠 때 함께 할 수 있는 들 사람들이 있어서 혼자 외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어머 ‘들’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작성: 우돌(활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