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짓는 교육] ‘재난인권교육’ 기획하기

2026-04-13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 날의 바다가 아니다”


4월이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부릅니다. 온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면서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봄을 마주한 지도 벌써 열두 해가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 안전할 권리가 실현되는 세상이 하루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림1


‘인권교육센터 들’은 2024년, 대피 중심의 안전교육은 시민의 몫으로만 책임이 남는다는 한계점을 짚고, 시민을 안전할 권리의 주체로 초대하고 재난의 전 과정에 인권적 관점을 기를 수 있는 <재난인권교육>을 해야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올해 초 ’들‘에서 재난인권교육 역량강화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재난의 사회성/재난피해자의 권리/ 재난과 공동체> 3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후, 대면교육으로 ‘재난안전교육’이 아닌 ‘재난인권교육’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안내하며 교육사례를 소개하고 참여자들이 직접 재난인권교육을 기획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권교육은 참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내용의 목표와 접근 방법이 달라집니다. ‘재난약자, 조력자, 공공업무 담당자’ 모둠별로 한 그룹을 선택한 후 우선 참여자가 어떤 마음으로 교육에 들어올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참여자에게 가닿는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펴야 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나서 교육의 목표와 핵심메시지를 설정하고 핵심메시지에 잘 도달할 수 있는 과제질문도 구성해 보았습니다. 40분정도 토론 시간을 거쳐 기획을 하였는데, 토론 내용이 참 좋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모둠토론자료



첫 번째 모둠은 재난약자를 대상으로 토론한 모둠입니다.

기획을 더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요청했다고 설정하고 지역 내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획했습니다. 평소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관계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최근 아리셀 사고라든가 이주노동자 뚜안 님의 경우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자꾸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에 재난 앞에서 이주민이 느낄 위축감을 떠올려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도 ‘어떤 위험요소·환경에 둘러 쌓여 있는지 스스로 발견 해 본다’, ‘국적과 상관없이 재난상황에서 누구나 안전할 권리, 말할 권리가 있음을 인식한다’, ‘재난 발생시 지원·조력이 가능한 경로와 정보를 안내한다’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핵심메시지는 재난의 현장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뿌리 깊은 불평등이 폭발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일상의 불평등이 일터나 삶터에서 일상의 불평등이 재난을 만들거나 키운다’, 이주민에게 안전한 사회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주민에게 안전 사회가 결국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만든다’, 사실 약자일수록 무엇이 불평등인지 무엇이 차별인지 더 잘 알고 있기에 ‘안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우리가 더 잘 알기 때문에 같이 모이고 그 위험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거를 같이 노력을 요구하자. 우리는 재난 약자를 넘어 재난 전문가다’라는 메시지들을 구성했습니다.


이 핵심메시지에 잘 도달 하기 위한 과제 질문은 ‘주거·일터 속 그림과 사진등을 활용하여 어떤 위험 요소·환경이 있는지?’, ‘이러한 위험 상황에 대하여 지금은 어떻게 예방·대비 하고 있는지?’, ‘재난 상황 발생시 연락·연결 할 사람, 조력자, 기관 등 떠올리기’, ‘나·우리가 안전하게 살기 위하여 어떤 권리를 필요로 하는지’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실제 교육에서 참여자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무력감과 소외감을 대비하여 “그래서 우리가 왔다.”라는 말과 함께 실질적인 정보나 사례를 공유해 보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재난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일상의 불평등이 쌓여 드러나는 결과로서 ‘재난약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재난 전문가’로서 초대하겠다는 접근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무엇이 위험한지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사자라는 인식 속에서, 과제질문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방식의 교육이 기획되었습니다.


두 번째 모둠은 조력자_자원활동_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토론한 모둠입니다.


교육의 목표는 ‘인권에 기반한 접근의 의미의 원칙을 이해하기’, ‘재난 현장에서 시민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고 실천 방안들을 찾아보기’ 입니다. 안전에서 소외된 존재를 재난약자라고 이야기 하게 될 때 소외된 존재와 우리가 어떻게 상호 의존하고 있는지 발견을 돕기 위해 핵심메시지를 ‘안전에서 소외된 존재를 살피는 것이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되는 길이다’라는 문장을 구성하고, 시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강조하기 위하여 ‘구호 체계에서 재난 피해자의 참여(몫)가 보장될 때 공공성도 실현된다’, 회복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폭력적인 회복의 과정도 등장하고 있기에 ‘민·관의 지원 체계가 가시화·안정화될 때 인권 친화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문장들을 구성해 주었습니다.


핵심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제질문으로는 ‘재난 발생 전/재난 과정(상황발생)/재난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은?’을 뽑아 주셨고, 교육에 들어가는 질문으로 “내가 싫어하는 혹은 ‘이건 아니다’ 싶었던 조력자의 말·행동·태도를 먼저 나눠보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될 때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조력자를 단순히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접근 한 방식이 굉장히 돋보였습니다.


마지막 모둠은 공공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토론한 모둠입니다.


먼저 참여자를 재난 대응 매뉴얼에 등록된 공무원으로서 재난 대응에 실제 실무를 하게 될 공무원들로 구체적으로 정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니 자연스럽게 참여자가 어떤 마음으로 교육에 들어오게 될지 떠올랐습니다.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재난 대응 경험이나 이런 형태의 교육 참여 경험에 편차가 굉장히 클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온 사람은 두력거나 막막한 마음이 있을 수 있는 반면 반복된 교육으로 참여하기 싫은 마음 또는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을거라는 것을 먼저 떠올려주셨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핵심 메시지를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있어야 사실은 실무자도 안전할 수 있다’, ‘재난인권교육이 말하는 대응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같이 만드는 것’ 그러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대응하고 민관 협력을 잘 만들어보자’, ‘공무 담당자도 안전권의 주체이다. 우리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다.’ 라는 문장들을 구성하고 이것을 잘 나눠보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세웠습니다.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제 질문으로 “~~~이 있다면, 재난 대응 업무가 덜 두렵거나 부담스러울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산이 있다면, 결정권이 있다면, 뭔가 잘못됐을 때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등을 찾고 재난 속 시민의 안전할 권리가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함께 찾아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과제질문으로는 우리 지역에서 어떤 사례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우리 지역의 민·관 협력의 사례 자랑하기”, 마지막으로 ‘민·관 협력을 할 때 무엇이 제일 걱정되는지, 무엇이 있다면 좋을 것 같은지”입니다. 잦은 만남이나 신뢰 관계가 있다면 부담감을 해소하게 될 수 있고, 막연하게 혼자 다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어려움, 자신들이 비판받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 등, 각자의 소소한 입장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꺼내 이야기 해봄으로서 권리없는 책임만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책임지기 위한 권리‘로서 필요한 내용을 함께 나눠 볼 수 있는 접근 방식입니다.


그리고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원인을 찾거나 사회적 구조 분석을 돕고 다른 대안을 함께 찾는 활동등도 해 봄직 하다는 것도 찾아주셨습니다. 재난이 어쩔 수 없는 일·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일임을 알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맥락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이후 다른 모둠 사람들과 토론이 이어졌는데 공공업무 담당자 역시 안전권의 주체이며, 시민이자 노동자라는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시스템만 탓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빈구석을 찾는 시간이 될 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세 모둠이 모두 다른 참여자 그리고 다른 내용이었지만 시민(피해자, 재난약자, 공무담당자를 포함하여)을 권리의 주체로 초대하는 것, 그리고 시민과 시민이 어떻게 의존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모든 인권교육에서도 필요한 언어와 접근방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 교육을 마무리하면서 소감을 나누어주셨는데 한 참여자는 “기존의 고민은 정리되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번 교육이 새로운 질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질문들이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각자의 현장에서 이어졌으면 좋겠고, 이 고민과 질문을 담아 ‘재난인권교육’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글쓴이 : 지나(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