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짓는 교육]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길 찾기 — '혐오표현 금지법 시행과 대응방안 간담회' 후기

2026-06-11

혐오의 감정과 표현이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 식겁하고 놀랐던 표현들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보통의 언어처럼 느껴지고, 유행어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한 인권교육활동가는 통화 중이던 자녀가 ‘느금마’라고 말했을 때 충격이 상당했었다고 합니다. 더한 충격은 딸의 태도였습니다. ‘엄마, 요즘 다 쓰는 말이야.’라며 엄마의 반응을 뭘 모르는 사람 대하듯 했다고 합니다. 6.3 지방선거 기간에는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서 봐야 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대화 속에 혐오가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인권교육에서 혐오/표현이 중요한 주제로 자리잡은지 오래입니다. 나와 다른 존재들을 대상으로 조롱과 모욕을 하며 동등하지 않은 존재로 취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공동체 내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혐오는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면서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때문에 인권교육을 통해 조금이나마 혐오의 영향을 인식하고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이를 주제로 한 교육 요청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혐오표현 금지법 시행과 대응방안 간담회’에 관심이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논의가 꾸준했고, ‘혐오표현규제법안’이나 정보통신망법, 집시법, 형법 등 현행법 개정을 통해 처벌하려는 흐름 또한 이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규제 흐름의 한편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는 무엇이 혐오/표현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란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이 사회에서 금지된 차별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차별을 선동하는 행위를 혐오표현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법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니 혐오/표현에 대한 보다 명료한 정의와 규제나 금지를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제시되고 있는지 살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인권교육에서 법조항 자체만을 안내하거나 거기에 중심을 두고 교육을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혐오/표현의 법, 제도적 규제를 둘러싼 논의지형을 이해하고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간담회에서 이해한 바를 간단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혐오표현 금지법’ 시행


우선, ‘혐오표현 금지법’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이는 신규법안의 제정이 아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 통과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난 해 12월에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오는 7월 7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개정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법정보(이하 “불법정보”라 한다)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2의2. 공공연하게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해단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


이 법에 따라 정보통신망 상의 혐오표현은 ‘불법정보’로 간주되며 삭제․차단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표현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공연하게’ 즉,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통되는 정보입니다. 둘째,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재산상태 중 하나 이상을 이유로 하는 표현으로 셋째,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수준(위 법. 가 또는 나)의 행위입니다.


혐오표현의 조건


무엇을 혐오표현으로 정의(?)하는가 궁금했는데, 일반적인 차별사유와 유사하지만 쟁점이 되었던 ’성적지향‘ 그리고 민족, 종교가 빠졌고, 사유를 확장하여 해석할 여지가 되는 ’등‘도 삭제된 채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①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②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혐오표현 리포트, 국가인권위(2019))이라고 정의하면서, 혐오표현이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에 비해 축소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간담회에서는 법이 제정된 만큼 부족한 점을 부각하기보다는 혐오표현의 문제를 알리면서 법을 잘 활용해 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성적지향‘이 빠졌음을 지속적으로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성적지향에 대한 발언이 혐오표현이 아니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고, 판례나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건데 ’사회적 신분‘이라는 틀로 포함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법조항에 갇히기 보다는 법을 발판 삼아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 자정능력을 확산해 나가자는 전략이라고나 할까요.


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집중된 곳은 혐오/표현에 대한 ’삭제․차단 조치‘를 결정하는 주체였습니다. 혐오표현이 불법정보에 포함되면서 기존의 불법정보와 동일하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심의 대상이 되었고, 심의 결과에 따라 방미통위는 삭제․접속차단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그간 방미통위가 정치적․자의적 판단을 내리고 때로 검열기구처럼 기능해 온 역사가 있기에 여기에 심의를 맡겨도 되는지 회의적이었습니다. 공익적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제대로 혐오/표현을 걸러내어 안전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해 나갈 수 있을까. 혐오/표현을 심의하는 전문성(?)을 갖춘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는 없을까. 현재 방미통위 구성 방식과 규모의 변화를 통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법의 실질적이고 유효한 작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방미통위를 향한 이러한 우려 또한 혐오/표현의 개념이 모호한 데서 기인합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명확하다면 누가 방미통위 위원이 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크게 의심하게 되지는 않을테니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혐오/표현 대응은 차별의 개념과 그 사회적 해악에 대한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혐오/표현을 감정이 격화된 막말이나 비속어를 혐오/표현으로 간주해버리면서 해당 표현만 규제하면 된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혐오표현은 그저 개인적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서 비롯된다는 점, 어떤 대상을 향한 차별과 폭력을 언어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혐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찾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일단 첫 걸음을 준비 중인 이 ’혐오표현 금지법‘이 혐오/표현 대응을 찾아가는 길을 열어가기를 바라 봅니다.


 

*참고: “혐오표현 금지법 시행과 대응방안 간담회”, 2026년 6월 4일

“박경신 교수 “일베 폐쇄 답 아냐… 혐오보다 먼저 ‘차별’ 정의해야””, 오마이뉴스, 2026.06.01.)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39110&CMPT_CD=SEARCH


– 글쓴이 | 묘랑(상임활동가)